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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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진 | ||||||||||||||||||||||||||||||||||||
이랜드, 코스콤, 기륭전자, 청구성심병원, 이주노동자, 공공 노조, 민가협 회원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소속과 이름은 다르지만 '차별철폐'라는 깃발 아래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사회공공성강화'를 한 목소리로 외치기 위해서였다. 차별철폐대행진은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서울에 이어 부산과 경기 등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노동자가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청구성심병원노동자들은 올해에도 노조탄압 등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산재 신청을 내고, 기륭전자 등 비정규직의 싸움 또한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구성심병원에서 발대식을 시작한 이번 대행진은 '사회공공성 쟁취'를 화두로 '빈곤'과 '차별'의 근원인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진에 참여한 이랜드 노조원 이모씨는 행렬의 맨 끝에서 느리지만 또각또각 발걸음을 내딛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선전물을 마다하지 않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속 깊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직장을 정규직으로 해야된다는 거냐?","공공부분에 대한 적당한 경쟁은 필요한 것 아니냐?","저 사람들이 맞는 건지 이명박 대통령이 맞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교육 정책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우리 아이들도 비정규직이 될까봐 걱정된다"는 등 행진에 대한 호불호에 무관하게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며 '관심'을 보였다. 농성이 뭔지도 모른 채 점거가 시작된 홈에버 상암점에 이르자 이랜드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윤송단 이랜드일반노조 여성국장은 "어금니를 깨물고 입술을 바들바들 떨며 함께 바닥에 누운 '여자'라는 서러운 이름, '비정규직'이라는 서러운 이름을 동료와 나누며 상암마당을 지켰다"면서 "이 땅의 모든 자본가들과 박성수 회장에게 사람이 한이 맺히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며 전의를 불살랐다.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가 이랜드 노조원이었다. 이들은 끝모를 빈곤과 차별을 잉태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름아래 설움을 나누며, 이랜드를 상징하는 자본의 몸짓에 대항하는 '짱돌'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자신감 뒤에는 '종교'(?)가 하나있었다. 그들은 '사람'과 '역사'를 믿었고, 언젠가는 곳곳에 있는 수많은 제2, 제 3의 이랜드 노조원들이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꿈꿨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투쟁과 행진은 멈출 수 없다. 어느 덧 투쟁한지 1000일이 되가는 기륭전자 윤종희씨는 "기륭도 이랜드도 어디에나 다있다. 다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용기가 없고 자신감이 없어 싸우지 못하는 것 뿐"이라며 "그들의 작은 희망을 놓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미래를 지켜내는 우리들의 싸움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보이지 않는다고 세상이 변화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느 순간 이런 작음 움직임들이 쌓여 폭발한다"면서 "시민들이 홈 에버에 한 번 덜 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변한다. 어디에서 무얼하든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을 알 수 없는 투쟁의 막막함을 힘찬 함성과 함께 부르는 투쟁가로 날려버리고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믿듯 세상을 신뢰하며 당당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알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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