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들이 해낸 일에 대해서 당신들에게 감사한다. 일반인들은 당신들이 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급속한 철거를 막아낼 수 없다. 당신들이 나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행동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한다.”(1971년, 호주 뉴사우스 건축노조가 지역 숲 파괴를 막아준 것에 대해 시드니 거주의 한 여성이 보낸 감사 편지)
“그간 노조의 파업이다 뭐다 할 때에는 보수 언론의 시각에 의해 안 좋은 편견으로만 당신들을 바라본 것 같습니다. 싸울 일에 싸우는 당신들을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 (2008년 5월, 운수노조가 미국산 쇠고기 하역과 운송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쓴 지지글)
1971년 호주 노동조합, 환경 파괴를 막다
|
|
| ▲필자 | | | 197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호주의 건축노동조합은 자신들의 노동이 환경을 파괴하는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노동’의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당시 그들은 '녹색 금지 캠페인(Green Ban Campaign)'이라는 것을 펼쳤는데, 이것은 사용자에 대항하여 벌이는 파업에서의 작업장 봉쇄 행동을 ‘검은 금지(Black Ban)’이라고 부르던 것을 변용한 것이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봉쇄 행동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녹색’이라고 붙인 것이었다.
1971년 시드니에서 벌어지는 '녹색 금지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부둣가 갯벌 위에 있는 켈리 지역의 덤불숲이 개발될 위기에 처하자, 인근 주민들이 뉴사우스 건축노조에 도움을 요청했다.
노조는 이 요청에 응하여, 숲을 파헤친 후에 고급주택을 건설하려는 사업을 막아섰다. 노조원들이 일하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개발업자는 비노조원을 사용하려고 했고, 그러자 건축노조는 다른 지역의 노동자와 연대했다. 개발업자가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노조원들이 나선 것이다.
“당신이 켈리 덤불숲위에 뭔가를 짓겠다고 시도하면, 또 거기서 단 한 그루의 나무라도 베어진다면, 여기서 건축 중인 건물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은 채 남겨져서 켈리 덤불숲의 기념물이 될 것이다”
결국 개발업자는 추진하던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덤불숲을 보호하고자 했던 지역 주민들이 지역 관청, 시장, 지역정부를 대상으로 운동을 벌어졌지만 실패했던 일을, 노조가 노동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막아냈던 것이다.
호주 노동조합평의회(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ACTU)가 후원한 보고서에 의하면, 1975년까지 뉴사우스 웨일즈에서 40건 이상의 '녹색 금지 캠페인'이 시행되어, 50억 호주달러의 개발사업을 중단시켰다. 또한 특정한 지역의 환경을 보전하는 것을 넘어서, '녹색 금지 캠페인'은 환경 법제, 도시계획과 대중의 태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2008년 한국 운수노조, 미국산 쇠고기 운송을 거부하다
지난 5월 9일, 청계천 광장에서는 “운수 짱!”이 연호되고 있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전국운수노조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와 발언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은 이미 운수노조가 지난 5월 2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광우병이 의심이 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선적 선박의 입항저지 및 수송거부 투쟁’을 결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고 운수노조의 홈페이지는 지지글을 올리려는 네티즌이 몰리면서 한때 다운될 정도였다 한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지난 10일 화물연대 조합원 6천명이 부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행진하면서 치켜든 피켓의 내용이다. 실제로 운수노조는 미국산 쇠고기의 하역과 운송을 저지할 수 있을까? 운수노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미칠 파장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교통물류 수송을 책임지고 있는 운수노동자가 쇠고기 저지투쟁에 앞장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구체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선박의 입항저지와 하역거부, 나아가 철도 및 화물차로 수송될 미국산 쇠고기 적재 냉동컨테이너 수송을 전면 거부하는 등 실제 행동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아시아나 항공사의 노조도 미국산 쇠고기 운송을 거부하겠다고 나서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앞서 살펴본 호주에도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우라늄 매장량이 많은 나라이며, 1960년대부터 채굴과 수출이 이루어졌다. 방사능 오염, 작업자의 안전, 핵무기화 등을 우려한 반핵주의자들은 곧바로 반대운동에 들어갔고, 호주 노동조합평의회(ACTIU)도 '우라늄 채굴반대 운동'에 결합했다. 그리고 강력한 반(反)우라늄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1976년 5월 호주 철도노조는 우라늄 수송에 반대하면서 전국적인 범위의 동맹파업을 전개했으며, 1977년 7월에는 멜버른 부두 노동자들은 우라늄을 선적한 배의 하역을 거부했고 모든 항구에 대한 24시간 파업이 결정됐다.
'지구의 벗'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면서 “철도 노동자들이 급여를 희생하면서, 소수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반면 모든 미래세대를 위험에 처하기 만들 핵산업계의 로비에 맞서 일어섰다”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또 한 연구자는 ACTU의 반(反)우라늄 정책과 실질적인 행동을 평가하면서, “노동운동과 결합되지 않았다면, 환경운동은 우라늄 산업과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 항의를 동원하는데 실질적으로 덜 성공하였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비록 호주 노동운동이 모두 반(反)우라늄 정책에 지지한 것도 아니며 이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도 못했지만, 호주의 우라늄 산업을 인기없는 산업으로 만들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는 것은 막아냈다고 평가된다.
광우병 쇠고기와 대운하 반대, 그리고 유가 인하
운수노조에 이어 공공노조, 병원노조, 전교조 등 노동조합이 속속 광우병 쇠고기 반대투쟁에 결합하고 있다. 청계천에 모여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은 여론을 만들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막아내고 정부로 하여금 재협상을 나서도록 강제하려고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만한 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은 운수노조와 같이 하역과 운송을 거부하고, 병원노조와 전교조처럼 병원과 학교의 대형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는 노조의 ‘힘’을 깨닫고 갈망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지난 1년간 한미 FTA 반대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무관심과 갑자기 돌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놀랍고 이해되지 않는 것일 수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신속히 반응하고 있는 듯하다. 노조의 실질적인 행동을 기대한다.
이번 운수노조의 행동이 시민사회와 노동운동 사이의 전면적인 파트너십 형성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시장중심적 정책에 맞서 싸우며 사회경제적으로 민주적이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대전환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길임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지난 10일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집회는 ‘유가 인하’를 촉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대운하 반대로 외쳐졌지만, 그와 함께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를 인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던 것이다. 환경의 입장에서 단편적으로 대비해보면, ‘미국산 쇠고기 및 대운하 반대’와 ‘유가 인하’는 병렬될 수 없는 조합이다.
여러 해석은 있겠지만,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서서 내려오지 않는 고유가는 석유정점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또한 화석연료의 계속적인 사용은 기후변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높은 가격의 유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진보정당의 기본 정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생존권 위협에 부딪친 운수노동자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 역시도 분명하다. 우리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의 연계는 이명박 정권을 비롯하여 역대 정권에 의해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해서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의 대안을 형성하며 여러 딜레마 상황들을 해결해나가는 일에 점차 집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현재의 고용을 유지․확대하면서도 기름과 도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수송․물류 체계를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노동운동과 시민사회가 지혜와 실천을 모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