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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기사들 세 번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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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춘애[인천사무부장]
댓글 0건 조회 11,120회 작성일 08-05-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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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트럭 기사들 세 번 울다


기사입력 2008-05-23 02:52 | 최종수정 2008-05-23 10:12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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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앞 도로에서 1\트럭으로 개인용달업을 하는 신만호(40)씨가 경유값 급등으로 겪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 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경유값 폭등으로 수입은 줄고 근심은 늘어

① 기름 도둑 극성부려 車에서 밤새워

② 장거리 뛸수록 손해… 생업 팽개칠 판

③ 무리한 절약 운전… 자칫하면 대형사고


21일 밤 11시 인천시 남구의 한 도로. 공장 담을 따라 곡선으로 뻗은 4차로 갓길에 화물트럭 4대가 서 있었다. 그 중 한 5t 트럭에는 한준영(48)씨가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불편한 자세로 잠자고 있었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집이 있는데, 요즘 트럭 기름탱크에서 경유를 빼가는 도둑이 워낙 극성을 부려서 차에서 잠을 잡니다."

한씨는 지난달 10일 같은 장소에서 트럭을 주차시켜 놓았다가 경유를 도둑맞았다.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나왔더니 전날 오후 가득 채워두었던 기름탱크의 계량기 눈금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주유구에는 기름 흘린 자국이 나 있었다.

전날 주유하고 받은 영수증과 비교해보니 도둑맞은 경유는 총 70L. 3일을 일해야 벌 수 있는 11만원어치나 되는 양이었다. 그날 이후 한씨는 탱크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을 때는 트럭에서 잠을 자고 있다.

트럭 한 대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전국 37만 화물트럭 기사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유값에 신음하고 있다. 1년 전 L당 1100원대에 머물던 경유값은 21일 현재 서울지역 주유소를 기준으로 1820~1920원대까지 치솟았다.

◆장거리 운송해도 남는 돈 없어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 C동 기사휴게실. 20평 남짓한 공간에 각 지방에서 짐을 싣고 올라온 트럭 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장상민(37)씨는 전날 전남 여수에서 5t 트럭에 건축용 목재를 가득 싣고 이날 새벽 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장씨가 받은 화물운송료는 27만원. 그러나 여수에서 서울까지 기름값만 18만원 들었다. 여기에 고속도로 통행료 2만원, 두 끼 밥값 1만원, 주차비가 9500원 들었다. 이 비용을 빼고 손에 쥔 돈은 5만500원.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지만 돈을 아끼려고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았다.

"내가 아이가 넷입니다. 그런데 요즘 기름값에선 한 달 벌이가 120만원을 넘기기 힘듭니다. 이 짓을 계속할 수도 없고, 접자니 다른 일도 없고…."

장씨는 "16년간 해온 일인데 처음으로 때려치울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기름값에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위험을 무릅쓴 운행을 감행하는 트럭 기사들도 적지 않다. 8년째 화물트럭을 몰고 있는 위성민(44)씨는 "이달 초 까딱하면 황천길을 달릴 뻔했다"고 했다. 그는 올 들어 야간에만 주로 운송을 했다.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는 고속도로 통행료가 50% 할인되기 때문이다.

그는 시동을 껐다가 켜도 기름이 많이 소모되므로 소변이 마려워도 꾹 참고 휴게소에 잘 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7일 새벽 3시쯤 부산항을 떠나 경부고속도로 대전인터체인지 부근을 지날 때 뒤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잠깐 졸음 운전을 한 사이 트럭은 3차로에서 중앙분리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위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무정차 야간 운행이 위험한 줄 알지만 적자 운행을 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LPG엔진으로 개조하는 경우

신상식(44)씨는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봉천동 도로변에 1t 트럭을 세워놓고 수박과 참외를 팔고 있었다. 주차 단속요원이 다가오자 그는 눈치를 보며 짐칸의 과일을 정돈하는 시늉을 했다. 예전 같으면 당장 차를 몰고 주차요원이 그 지역을 떠날 때까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았을 것이다.

신씨는 "주차요원이 올 때마다 차를 몰고 한 바퀴씩 돌면 기름값을 감당할 수가 없다"며 "예전처럼 골목골목 다니며 과일을 파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목 좋은 곳을 골라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유가격을 감당할 방법이 없자 아예 LPG엔진으로 개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0년이 넘은 1t짜리 트럭으로 야채 배달을 하는 최근욱(37·경기도 구리시)씨도 지난달 LPG엔진으로 차를 개조했다.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오염물질을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하는 경유 차량을 LPG엔진으로 개조할 때 비용을 지원해준다. 엔진 개조업체 ㈜이룸의 한재우 팀장은 "갑자기 경유가격이 오르면서 LPG 엔진 개조 문의가 늘었다"며 "소형 화물차들의 엔진 개조가 올 들어 1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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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고유가. 경유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요즘 부산 신선대부두 앞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부쩍 눈에 띤다. 김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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