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검색

사이트 내 전체검색

지역본부소식

광주지역본부

고 박종태열사 부인의 편지-5월9일 대전집회에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정경선[광주사무부장]
댓글 0건 조회 5,673회 작성일 09-05-10 17:18

본문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나,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병원에 걸린 사진 속에서 당신이 튀어나올 거 같고 다른 화물연대 조합원들처럼 바쁜 듯이 걸어들어 올 것 같고..

큰 아이 말처럼 당신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겐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된다, 다만 언제 죽을지 모를 뿐인데 아빠가 조금 빨리 가신거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서 싸구려 아닌 좀 좋은 걸로 주려고 사다 놓은 속옷이 서랍장속에 그대로 있을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 날 눈이 너무도 이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 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했던 말..

그땐 웃기만 했는데 말해줄걸 그랬어.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걸, 당신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지금 보게되면서 늦었지만 알게 되네..

당신이 좋은 사람이였다는 걸..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 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맘놓고 웃으며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아들도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간직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게


여러분들께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 죽인 놈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밥줄을 끊겠다는 협박을 하고 질서를 지키라고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놓고 협상은커녕 사죄도 하고 있지 않은 대한통운과 금호는 누구를 위해서 아름다운 기업입니까


고인은 아직 어둠과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랑했던 택배조합원을 비롯한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헛소리하고 뻔뻔한 저 담 뒤에 숨어있는 자들입니다.

더 이상 슬퍼하는 대신에 일어나서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다치지는 마십시오.

남아 있는 저희 가족이 살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