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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홍상사 해고조합원 부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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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경선[광주사무부장]
댓글 0건 조회 7,700회 작성일 10-07-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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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파고드는 불안을 가누며




제 남편은 2006년 6월 가산을 정리하며 중고 대형화물차를 마련하여 인홍상사에 입사하였습니다. 광주에서 포항까지 25톤 화물차에 고철을 운반하는 일이죠. 어떤 일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두세 번 동행을 했죠.

야간 운전이기도 하고 큰 트럭에 짐이 한가득한 것을 보고 겁이 나고 불안하기도 해서 운전하는 남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2차선 꾸불꾸불한 길에 가도 가도 끝이 안보이더군요. 근데 아이들은 신이 나는지 좋아 하더라고요. 밤을 세고 목적지에 도착은 했지만 무거운 짐은 바로 풀 수도 없었고 몇 시간을 기다려 새벽 4시쯤에 하차를 하더군요. 남편은 정말 대단했어요. 그러기를 어언 4년.. 남편은 회사에 성실하게 생활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30일에 회사가 11명의 직원을 정리해고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날부터 남편은 회사 앞에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무더위 때문인지 가끔 남편이 집에 돌아올 때면 거의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가족들 보기에 미안해서인지 요즘 들어 말수도 표가 나게 줄었습니다. 오늘도 회사 앞 천막농성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을 했나봅니다.

남편 대시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하루 종일 밖으로 뛰면서 가끔은 남편에 대한 원망도 생깁니다. 하지만 땀에 젖어 날로 초췌해져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원망은 소리 죽인 푸념으로 바뀌어 버리고 맙니다. 요즘 생활고 속에서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속만 태우는 사람은 저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당장 일을 못하다 보니 생활이 어려워 집니다.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고3 수험생을 두고 있는 저희 집은 당장 내일이 불안해집니다. 아침에 눈뜨면 아이들 인사가 “엄마 책 사야 돼”, “엄마 학원비는?!”, “엄마 수업료, 급식비 미납 이래”... 우리집 아침 풍경입니다. 쌓여만 가는 공과금 미납에 밀린 지입료 때문에 당장 내일이 불안해 집니다. 여태 부려오던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해고하면 어디 가서 무엇을 하며, 커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막막하고 회사가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요즘 들어서 무척 어른스러운 막내 녀석은 아빠의 처진 어깨를 두드리며 “아빠. 힘내!” 하더군요. 하지만 남편의 씁쓸한 미소를 보며 저의 가슴엔 멍이 듭니다. 부당하고 인정머리 없는 회사에 마음껏 소리라도 지르고 그냥 박차고 나와 버릴 수도 있을 텐데...자식들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습니다. 한집의 가장으로서 자식을 끝없이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남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짐이 너무 무거워 보이기만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남편이 복직되어 웃는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해고되어 농성하고 계시는 분들도 아무쪼록 삼복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모두들 힘내시고 꼭 승리하세요.



- 해고자 남편을 둔 아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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