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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해도 그냥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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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물연대본부
댓글 0건 조회 3,010회 작성일 09-06-0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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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해도 그냥 눈물이 납니다"

[인터뷰] 상경투쟁 중인 대한통운 택배 해고노동자 오종태 씨


박종태. 그 이름 석자를 듣는 것 만으로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대한통운 택배 해고노동자인 오종태(36)씨다. 광주에서 복직투쟁을 시작해 대전을 찍고, 서울로 올라온 지 80일. 오씨는 나머지 35명의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서울에서 제 3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4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빌딩 앞에서 상복을 입고 1인시위를 하던 오씨는 기자가 '박종태 열사' 이름을 꺼내자마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조합원들을 형식적으로 대하지 않은 사람. 진실된 사람. 신뢰와 믿음을 준 사람'이었다고 박종태 열사를 추억한 오씨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너무 고마운 사람이었으니까 생각만 해도 그냥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저희 조합원들 마음이 다 그럴 겁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 때문에라도 끝내 이기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종태' 이름 석자에 눈물 떨구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앞 1인시위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해고노동자 오종태(36)씨가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누군가 오씨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굳게 다문 입매를 본다면 투쟁판에서 잔뼈가 굵은 노동자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는 이 투쟁을 시작하기 전엔 그 흔한 '팔뚝질' 한 번 해본 적 없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월급쟁이로 7년을 일하다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단 생각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와 택배업계에 뛰어든지 3년. "한 만큼 번다"는 친구의 말에 시작한 일이다.

'한 만큼 벌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기름값, 유지비, 종합소득세, 부가세, 전화비..차 떼고 포 떼고 나면 100~150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도 5살 딸과 3살 아들과 아내, 네 식구 건강하게 잘 살면 그만이라며 평범한 생활에 감사하면서 살았던 오씨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는 30원 때문에 자신을 포함한 78명을 무더기로 계약해지하더니, 30원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평범한 가장'이 '전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4월 말 쯤 투쟁의 끝이 안보이고, 협상에 진전이 없다보니까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나름 5월 15일을 마지노선으로 그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 분'이 그렇게 돌아가시니까...열사를 버리고, 동지들을 버리고 못 내려가겠더라구요."

그 때부턴 더 이상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었다. 잔소리 한 번 안하던 아내가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다른 일 알아보라고 채근하고 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생계문제가 걸렸지만 오기, 분노, 미안함, 동지애가 한데 섞여 뭉쳐진 단단한 그 무엇인가가 마음의 중심을 잡아줬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 달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 든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이길 수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오씨는 이날 은행대출을 받았다.

"힘들긴 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박종태 열사 장례 치러드려야죠."

오씨는 하루빨리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젊은 놈이 놀고 있으니까 못할 짓이죠.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애기들도 보고싶고, 정상적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 마음의 빚도 많이 져서 나중에 어떻게 다 갚고 살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민중의 소리  배혜정 기자 200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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