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검색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식마당

화물연대신문

[칼럼] 문화산책 -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2호, 2013년 10월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7,342회 작성일 16-07-18 14:25

본문

[칼럼] 문화산책 -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지구를 지켜라가 아닌 소년을 지켜라


장준환의 잔혹한 성장담


박영흠 | 공공운수노조·연맹 조직국장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201608091653325429.jpg


 

장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가 나왔습니다. 영화배우 문소리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데뷔작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입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계급질서에 대한 현실 인식과 함께 이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걸작이었지만, 대중과의 호흡에 무참히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후속 작을 기다리는 소수의 사람에게도 잊혀 가는 이름이 되어갈 때 쯤 두 번째 영화가 나왔습니다.


 


1998년 한 범죄 집단이 중견기업 사장의 아들을 유괴하고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다 흔적을 지우고 잠적합니다. 그리고 유괴한 아이를 죽이려하다 이 집단의 리더는 아이를 살리자고 결정합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2012, 우리는 자신을 유괴한 범죄자들을 아빠라고 부르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화이>는 감독의 두 가지 욕망이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대중과의 교감에 실패했던 전작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흥행에 대한 욕망과, 10년간 갈고 다듬어진 작가 의식을 스크린에 녹여내고 싶은 욕망. 결국 범죄 복수 스릴러인 화이와 정치적 우화인 화이가 강렬하게 부딪히며 이야기를 끌어나갑니다.


 


자신을 유괴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범죄자의 운명으로 바꿔 놓은 잔악한 범죄자들을 아빠라고 부르며 자란 아이가 그들에게 배운 폭력을 바탕으로 복수를 한다는 그리스 비극적 스토리는 드믄 소재가 아닙니다. 영화는 검증된 배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아프지만 힘있는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감독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조직의 리더가 어린 화이를 죽이지 않고 키운 이유는 화이를 자신과 같은 괴물로 만들고 싶은 순수한 악의의 결과일 것입니다. 감독은 화이의 위치에 IMF 이후 우리 사회를 무한경쟁과 물질숭상의 세계로 던져버린 그 세력들을 복권시키고 결국 독재자의 딸을 스스로의 손으로 뽑은 바로 우리를 세워 놓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시궁창에 처박은 사람들을 아빠라고 부르는 화이는 점점 그들과 동화되어 갑니다. 감독은 15년 전 경제위기에 분노했던 30, 40대들이 15년이 지난 후 그 손으로 박근혜를 선택한 40, 50대의 아이러니를 이렇게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내부의 괴물을 스스로 키워낸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죠. 때문에 이야기가 사실상 IMF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8년에 시작해서 박근혜가 당선된 2012년에 끝나는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화이>는 여전히 우리 안에 들어있는, 그들과 같아지려는 욕망이 우리를 어떤 괴물로 만드는가를 묻는 영화입니다. 말하자면 아주 잔혹한 의미의 성장담인 것이죠. 포르투갈의 대문호 주제 사라마구가 그의 자서전에 적은 글귀가 떠오릅니다. ‘한때 너였던 소년이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두어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