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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 「그래비티」 (3호,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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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294회 작성일 16-07-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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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 그래비티


삶을 긍정하는 우주적 체험


박영흠 | 공공운수노조·연맹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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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일반적으로 인간과 과학 기술과의 상호 작용을 다루고 있는 장르'라고 돼 있는데 정의의 첫 문장에 일반적으로'라고 쓴 것을 보니 이 정의가 생각만큼 엄밀하지는 않은가 봅니다. 영화비평 사이트인 rottentomatoes.com에서 선정한 100SF영화를 보니 <스타워즈>, <매트릭스>, <고질라>, <이터널 선샤인> 심지어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들어가 있네요. IMDBSF 베스트 10을 보니 <터미네이터>, <백 투더 퓨처>, 같은 영화들이 있고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ET를 태운 자전거가 하늘로 날아올라 만월과 겹쳐지는 그 장면, 광선검을 든 제다이들과 우주공간을 가르는 X-윙의 전투 장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 우리는 저 영화들을 통해 현실엔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비전을 보고 놀라움과 신기함을 느꼈습니다. 바로 그 느낌, ‘경이감'(sense of wonder)이라고 부르는 그 느낌이 SF라는 장르의 핵심인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는 외계인도, 시간여행도, 현존하지 않는 미래의 과학기술도 등장하지 않지만 부정할 수 없는 SF입니다.


 


딸을 잃고 삶에 의미를 잃은 한 여성이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다 인공위성 폭발의 여파로 우주미아가 될 뻔 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찾고 무사히 귀환한다는 이 영화의 단순한 줄거리는 경이감을 극한으로 체험시키고자 하는 영화의 목적에 아주 효율적으로 복무합니다.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중력을 잃은 여성이 끝끝내 중력이 작용하는 세계로 돌아와 두 발로 땅을 짚고 설 때, 우리는 평범한 휴먼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하게 되죠. 포기하지 않는 삶에 대한 거대한 긍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그 긍정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극 중 한 우주선 조종사의 죽음 때문이었죠.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그가 우주의 심해로 스스로 뛰어들며 겐지스강의 황혼을 바라보는 장면은 자신을 불살라 살아남은 동지들을 일으켜 세워온 열사들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거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대단한 작품이 아닐 수도 있고, 미학적 견결함이나 주제의 확고함이 지금의 느낌보다는 떨어지는 작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래비티>가 투쟁하는 삶에 대한 압도적인 우주적 체험이었다는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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