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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산책 - 영화 「또 하나의 약속」 (6호,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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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577회 작성일 16-08-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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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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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영화는 영화 그 자체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나 최근 개봉 했던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같은 경우가 그랬습니다. 영화의 만듦새를 떠나서 옹호하고 싶은 그런 작품들이죠. 여기 그런 작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보셨겠지만,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사망사고를 다룬 <또 하 나의 약속>입니다.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있었을 수많은 어려움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라는 기호는 그런 것이죠. 그래서 삼성이라는 기업을 즉각적으로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영화의 제목이또 하나의 약속으로 바뀐 것은 상업영화로서 개봉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방어였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울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에 대비를 하고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담담한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세 장면 정도에서는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극중 주인공의 딸이 사망하는 장면은 오히려 담담한 것에 비해 주인공이 딸의 죽음을 노무사에게 알리는 통화 장면에서 더 감정이 폭발하더군요. 이것이 영화가 삼성반도체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이 아닌 연대를 희망하는 자세 말이죠.


 


하지만 마냥 우울하고 슬픈 정서만을 전달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어떤 장면에선 미소를 짓게하는 유머러스한 장면도 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만을 보자면 한국의 여느 가족멜로물과 비교해 처지지 않으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소자본으로 만든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도 아닙니다. 다만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런 종류의 영화는 영화적 완성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법이죠.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삼성이라는 재벌기업을 절대악으로 상정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것은 삼성을 비판하면서도 삼성 로고가 박힌 TV를 통해 세상을 보고 삼성에 제공한 노동력을 대가로 삶을 꾸리는 가족이 있고, 삼성이 만든 반도체가 든 핸드폰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삼성이라는 기업 역시 얼마간의 사회적 선기능과 얼마간의 역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걸 뜻하죠. 하지만 영화가 지적하는 점은 이 삼성이라는 재벌의 문제가 그 균형이 너무 장기간 때론 심각하게 무너져 있고, 또한 우리 중 누구도 그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은 그 균형이 무너진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일종의 위험신호로써의 사건인 것이죠.


 


이 영화는 <26>이나 <변호인> 같은 영화들과 다르게 동시대의 문제이고, 또한 현시대 우리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정치적인 영화일 수 있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동지들은 꼭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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