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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블랙딜」: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8호,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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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424회 작성일 16-08-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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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블랙딜: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


자본의 탐욕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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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흠 | 공공운수노조·연맹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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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느 가정의 아침. 커튼을 걷고 아침밥을 준비하고 출근을 서두르는 집안의 풍경. 카메라는 일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공공재를 무심하게 보여줍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은 그렇게 우리를 감싸고 있는, 우리 삶의 기본 전제가 돼버린 공공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블랙딜>의 감독 이훈규는 WTO 반대 투쟁, 한미 FTA 반대 투쟁 등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맞서는 민중의 삶과 투쟁을 집요하게 필름에 담아온 감독입니다. 이번엔 민영화라는 이슈를 가지고 왔네요. 사실 이 감독이 이야기하고 만들어 왔던 주제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기 쉽지 않은 주제들입니다. 이런 주제들, 이를테면 운동적 동기로 만드는 작품들은 내용에 대한 설명이 조금만 진지해져도 흔한 노조교육 영상이 되기 십상이죠. 반대로 대중적 고려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영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류의 TV고발프로그램과 구별하기 어려워집니다.


 


<블랙딜>이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식은 두 가지 접근 지점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방식입니다. <블랙딜>은 민영화의 폐해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을 수밖에 없는 자본과 권력의 더러운 거래를 숨기지 않고 보여줍니다. 이이야 기엔 어떠한 예외도 없습니다. 칠레, 독일, 프랑스, 일본의 모든 민영화는 썩어 있고 권력과 자본의 유착은 종종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함에 있어 다큐멘터리의 화자인 가수 정태춘은 이러한 사례를 애써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의 정태춘의 그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저 우리 눈앞에 펼쳐놓을 뿐이죠. 어떤 사람들에겐 이런 설명 방식이 너무 천진난만하게 보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저 역시도 기업의 새로운 시장개척으로서의 민영화의 의미나 필연성을 너무 쉽게 지나치고, 단지 부도덕한 자본의 문제로 치환하고 나열하는 편집방식에 어느 정도의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또한 가스 같은 주요 에너지 분야의 사례가 누락된 것은 민영화를 다루는 다큐에선 간과할 수 없는 약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필름은 민영화 반대 성명서나 조합원용 교육 영상이 아닙니다. 제작자, 감독의 정치적 견해와 예술적 판단, 투자자들에 대한 고려 등 많은 것들 이 뒤엉킨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죠.


 


<블랙딜>은 많은 부분에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민영화의 끄트머리에 당도하는 여러 사고들은, 그 현장을 들여다보는 CCTV의 부연 화면만으로도 416일 그날로 관객을 즉각 소환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철도사고와 대처과정, 그리고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수많은 유가족의 절규는 그 자체로 수백의 민영화 반대 구호보다 더 훌륭한 교제겠죠. 사고 4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지역 밴드의 보컬 루카스의 노래의 한 부분인 우리는 짐승이 되어 간다라는 가사가 우리에게 묘한 울림을 주는 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영화는 이 수많은 민영화가 가져온 참상 앞에 우리는 그럼 어찌해야하는가라는 필연적인 질문에 당도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간단한 대답을 제시합니다. ‘가만히 있지 말고 정부에 맞서 싸우라는 것. 너무도 당연한 이 명제를 아주 직접적으로 영화 말미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일종의 요약정리를 해준 것인데, 이런 방식의 요약이 너무 편의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아마도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 마지막 선언에 공감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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