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손자병법 - 상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빼앗아라 (9호,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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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손자병법 - 상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빼앗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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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11번 째 편명의 제목은 九地(구지)이다. 손자는 자기 나라나 땅에서 전쟁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자기 나라에서 전쟁을 치르면 백성이 힘들어지고 나라가 피폐해지기 때문에 전쟁에서 승리해도 큰 이득이 없거나, 심한 경우에는 나라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손자는 아홉 가지 지형에 따라 전쟁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를 판단하여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승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무기를 손에 쥔 채 앞뒤도 분간하지 못하고 마구 휘두르면 자기만 다치게 된다.
구지 편은 아홉가지 지형에 대한 설명에서 출발하지만 핵심은 적에게 대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제 2장에 있다. 손자는 ‘적이 아끼는 것을 빼앗으면 말을 듣는다(奪愛則聽-탈애측정)’고 말한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작전 의도를 속이고, 행군 노선도 속여야 한다. 상대가 어떤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게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는 상대의 의도와 목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과 방법을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는 항상 위장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속이고자 한다. 하지만 상대가 가장 소중이 여기는 것을 빼앗고 그 반응을 보면 상대의 숨겨진 의도와 목표가 드러나게 된다.
또한 손자는 나의 의도를 상대에게 읽히지 않기 위한 장수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장수는 침착하고 그윽해야하고, 엄정하고 단호해야 한다(將軍之事) 靜以幽 正以治-장군지사 정이유 정이치)’. 즉 장군은 얼굴에 표정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제갈공명의 표현을 빌리자면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고, 분노하되 화내지 않고, 즐겁되 기뻐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에서 전개하는 법과 제도를 바꿔내기 위한 투쟁과 교섭에서 단기적 사업, 일회적인 투쟁으로 목표가 달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정치·사회 쟁점화 → 정치 일정화 → 국회 의사 처리 일정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쟁취해야 할 목표와 적절한 수단과 방법이 수립되고 진행돼야 한다. 법 개정·제도개선 과제가 여럿 있다면 정세와 힘 관계를 타산하여 우선 쟁취 목표와 중·장기적 쟁취 목표를 구분하고 매 국면과 시기에 맞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용어로 대용 목표 개념이 있다. 여러 가지 목표를 상대에게 알리되,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가 모르게 하는 것이다. 대용 목표는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이 되거나 그 자체로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대용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유의해야 할 것은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이 ‘되돌릴 수 없으며 지속가능하고 실질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최종 목표, 곧 전략적 목표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730선거에서 패배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고, 승리한 새누리당은 국민을 상대로 한 횡포 부리기에 여념이 없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제도 설계와 시스템 구축이 발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의 전면 재설계를 위해서는 세월호 유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 8월 7일 세월호 유족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유족들은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특별법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동의했다는 소직을 전하면서 배신감이 든다며 논물을 보였다. 아!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의리란 “ 누군가 거대한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을 때 그 싸움을 모른 척하지 않기, 홀로 버거운 싸움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
내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전 국민의 의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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