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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카트」 : 투쟁의 기억, 투쟁의 스펙터클 (11호,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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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41회 작성일 16-08-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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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카트: 투쟁의 기억, 투쟁의 스펙터클


박영흠 | 공공운수노조·연맹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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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이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연극이나 영화의 웅장하고 화려한 장면입니다. 말하자면 시나 소설에서 느끼는 감정의 고조나 공감 같은 것과 다른 연극, 영화 등의 시각 표현의 장대함에서 오는 압도감을 스펙터클이라고 말하는 것이죠. 흔히 우리는 이 스펙터클이란 것을 멍청한 영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곤 합니다. 이야기 보다는 볼거리에 충실한 영화라는 뜻으로요.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명작이라고 말하는 어떤 영화들의 중요한 특징은 상당부분 시각적 압도감에 기대고 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최초의 영화라고 알려진 뤼미에르 형제의 1895년 작 열차의 도착’(L’Arrive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은 순수한 스펙터클이었습니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는 50초 정도의 화면만으로 당시 움직이는 영상을 처음 본 관객들에게 시각적 충격과 경이감을 준 것이죠(진짜로 열차가 오는 줄 알고 도망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카트는 아마도 투쟁이란 것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다룬 첫 번째 한국 대중 영화일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몇몇의 영화들 같이 집회장면의 웅장함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영화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들과 카트의 결정적 차이는 집회 또는 시위라는 시공간적 조건 만을 스펙터클화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투쟁현장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징자체를 시각화 한 것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카트의 주요무대인 대형마트가 가지고 있는 삭막한 느낌과 조명, 줄지어선 진열대, 유니폼을 입고 도열한 서비스노동자들의 대열, 공권력 투입 전의 긴박한 움직임을 다룬 마트 곳곳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스펙터클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노동이나 투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들이기도 하죠. 더 나아간다면 우리의 기억 속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루는 영화에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같은 유명배우들이 출연하여 연기하는 모습도 일종의 스펙터클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물론, 그 투쟁을 몸으로 기억하는 우리의 욕심을 채울만한 작품이냐 하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나 노조간부들의 고뇌, 투쟁과 무너져가는 자신의 삶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들은 전형적이기도 합니다. 또한 황정민이나 문정희 같은 배우들이 연기한 배역은 배우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편의적인 캐릭터들이기도 하죠. 가장 아쉬운 점은 이 투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를 간과하고 사업장 내의 문제로 이야기를 축소한 부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소재의 힘이 있습니다. 저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문제는 결국 우리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일관되게 전하고 있죠. 영화라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잇는 바로 이곳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술이라면 카트는 지금 까지 한국 대중 영화가 가지지 못한 어떤 부분을 채워주는 영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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