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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베테랑”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12호,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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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465회 작성일 16-08-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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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베테랑”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홍명교 | 사회진보연대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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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흥행돌풍을 일으킨 영화 <베테랑>에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나온다. 운송업체로부터 운임을 체불 당하고 화주인 재벌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화물 노동자 정웅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를 목격한 재벌 2세 유아인은 정웅인을 폭행하고, 모욕을 준다. 사람들은 재벌의 이런 광적이고 잔인한 모습에 대해 ‘가짜같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2010년 SK 그룹 회장의 사촌 최철원사장은 SK 본사 앞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던 화물노동자를 야구 방망이로 때리고, ‘맷값’이라며 2천만원을 내던졌다. 이 사건은 <시사매거진2580>를 통해 보도되어 세간에 알려졌다.



영화 <베테랑>은 오락 영화로서 아주 잘 만들어졌고,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여전히 무자비한 재벌 권력이 활개치는 세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잠시 세상의 시름을 잊고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함은 느낄 수 있을지언정, 이 영화를 본 1,300만 명의 사람들이 각자가 맞닥뜨린 불의에 맞서 싸우게 되진 않는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그럼에도 <베테랑>이 드러내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면, 이 오락 영화를 통해 거대한 골리앗처럼 보이는 재벌권력이 실은 그리 대단하지만은 않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 안에서 어떻게 균열이 발생하고,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하는지, 우리는 어떤 각오로 싸워야 하는지 보여준다. 한 편의 영화에 지나지 않지만 이런 태도가 주는 에너지는 꽤 강렬하다.



영화가 끝났을 때 우리는 이 이야기가 그저 과거 혹은 영화 속에나 존재하는 게 아니라, 2016년 오늘에도 여전히 노동자의 삶을 짓누르는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노동자를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고, 노예 부리듯 하는 현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베테랑>이 지닌 큰 빈틈이 있다면, 사건을 촉발시킨 피해당사자 화물노동자가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는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착하고 연약한 대상으로만 비춰진다. 사건 해결의 주역은 ‘정의로운’ 형사이며, 노동자를 두들겨 패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노동조합은 보이지 않는다. 여느 영화들 처럼 노동자를 무력한 존재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재벌에 맞서 싸우는 최선봉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있다. <베테랑>이 놓친 진짜 이야기는 바로 화물노동자들이 ‘노조답게’ 단결하고, ‘베테랑 답게’ 싸워서 쟁취해야 할 미래다. ‘베테랑’보다 박진감 넘치고 에너지 넘치는 투쟁으로 이를 증명해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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