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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부산행" : 타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 (13호,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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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6,863회 작성일 16-08-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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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평 - "부산행" : 타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


홍명교 | 사회진보연대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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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블록버스터 좀비 영화 <부산행>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영화는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어둡고 거친 스타일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자기만의 독특한 그림체로 표현해 온 그였기에 이번 영화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게다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좀비 영화 중 가장 큰 제작비를 투여했고, 공유와 정유미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본래 좀비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행해졌던 흑마술에서 기원한다. 이것이 미국 대중문화로 건너가 ‘공포’의 상징물이 되었다. 미국 대중문화에서 좀비란 삶과 죽음의 권리가 없는, 자신이 노예인지도 모른 채 영원히 노예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리고 세계 경제위기가 초래한 이래 ‘좀비’는,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노동 소외를 상징한다. 소비를 할 땐 자신이 자유롭다고 여기지만, 정작 노동에 있어서는 지독한 소외를 겪는 노동자들의 삶이 ‘좀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부산행>은 ‘좀비 출현’이라는 국가적 재난의 풍경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초반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 당국이 보여준 엉성하고 관료주의적인 대처를 연상케 한다.
위기를 마주한 권력자들의 이기적 속성도 풍자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겉으론 ‘위기 극복’을 말하지만 진짜 헌신이 필요할 땐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심지어 모두를 위기에 빠뜨리더라도 혼자 살아남겠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지배계급에 대한 감독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나 <부산행>은 다양한 캐릭터를 고정된 틀에 가둬 훨씬 풍부할 수 있던 드라마를 신파로 추락시킨다.
여성 캐릭터들이 항상 남자에게 의존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것 처럼 그려지는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 외부인으로 취급받는 타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 여성, 장애인 등 이른바 ‘타자’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내면화하고 있다. 사회적 위기는 심각해지는데,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연대가 와해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행>속 대부분의 승객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고 연대하지 못했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행>은 오락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사회의 모습이 이렇고, 인간이 이토록 비겁한데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으려면 온전히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증명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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