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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식 지부장님 옥중 편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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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지영[선전부장]
댓글 0건 조회 4,504회 작성일 07-10-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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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테크 파업투쟁으로 현재 구속수감중인 대구경북지부 이오식 지부장님의 서신을 옮깁니다. 운수노동자신문에 실어달라는 요청과 함께 보내셨으나 신문 지면관계 상 다 싣지 못하여 홈페이지에 전문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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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버들강아지 물오르고 산천이 울긋불긋 봄꼴 완연해질 무렵에는 제주, 해남, 목포에서 서울,경기,강원 지역으로 물류와 함께 봄기운까지 실어나르며 전국의 노동현장을 누비시는 화물연대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4월에 구속되어 1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지금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는 대구경북지부 지부장 이오식입니다.

운수노동자 신문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타업종본부 조합원 동지여러분도 반갑습니다. 어느덧 계절이 지나고 지나 단풍 소식이 감옥 담장을 넘어 들어옵니다. 계절의 변화는 곧 상당한 시간의 흐름이라 이곳에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소식들 중 유난히 마음이 쏠리는 소식은 단연코 투쟁에 관한 것입니다. 생존의 벼랑 끝에서 초인적인 노동을 통해 겨우 연명해 나가고 있는 우리 화물운송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고유가 보완 조처로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을 착취하고 고용안정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갖가지 형태로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덕기업 CJ GLS 자본에 맞서 두달 넘게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계시는 충강지부 CJ 분회 동지들의 투혼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회사측의 일방적인 배차 조절 개편 시행에 맞서 투쟁에 돌입한 우리지부 건영분회 동지들의 우수한 결단과 용기 또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맨몸으로 자본과 부딪히며 사회 변혁의 주체는 노동자임을 깨달았다고 하신 충강지부 CJ분회 동지의 인터뷰 기사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342호)를 보면서 역시 우리는 투쟁을 통해서 스스로를 삶의 주체로, 세상의 진정한 주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사회역사적 원리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화물연대 동지들은 공장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의 정서와 비교할 때 몇가지 일장일단의 차이점이 있는데 장점중의 하나로 대단히 '열정적인 분위기'를 들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열정이 가끔씩 조직의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경우 극심한 논쟁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정리가 잘 되면 좋겠지만 때로는 동지의 말에 상처를 받아 탈퇴를 하는 등의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동지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서로의 관점과 이해의 차이를 존중하며 내용과 정책적 대안으로써 민주적이고 신사적인 논쟁은 어떤 형태로든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저는 늘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원리를 경험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원칙을 알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투쟁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때 표현방식에 있어서 모양새나 세련됨이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혹은 그 원천적 주장이 조직적으로 채택되지 않는 하더라도 그 동지들은 영원히 조직의 운명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발전에 반드시 기여한다는 의미지요.

반대의 경우, 화물운송특수고용노동 형태의 근로 주체를 노동자로의 계급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관념적인 '사장님'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거나 또는 어느정도 노동자성은 인식하되 몇가지 이유로 투쟁에 대한 적극적 의지는 솔직히 없으면서 조직발전을 위한다고 하는 화려하고도 강렬한 주장은 머지 않아 그 허구성과 논리적 허약함이 탄로나게 되어 있습니다.

간혹 그러한 주장이 조직적으로 채택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조직은 그만큼의 힘들어질 시간을 준비해야 할 것이고 정도에 따라 그 자체로 재앙이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노동조합 조직을 건설하는 이유가 흩어진 개별의 존재로는 도저히 불가능 한 것을 여러사람이 모이고 뭉쳐 거대한 힘에 맞서 싸워 이기고자 하는 목적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싸움 즉 투쟁에 대한 진정성에 기초한 의지와 실천의 결합이 없는 채 발설하는 조직에 대한 수많은 미사여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료로 책이나 신문등을 넣어주시는 고마운 단체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작은책> 이번 호를 보다가, 만해 한용운 스님과 함께 불교운동을 통해 민족의 자주독립을 실천했던 만공 스님의 가르침이 가슴에 그대로 자리잡습니다.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이라고 천가지 혹은 천번의 생각보다 한번의 올바른 실천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백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건만 지금의 민주노조운동을 하는 우리들에게 여전한 불변의 지침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뛰어난 내용도 없이 제가 말만 많이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투쟁을 통해 '사회변혁의 주체'로 자신을 재인식 하게 된 충강지부 CJ 분회 동지들과 우리 지부 건영분회 동지들의 지극히 정당한 투쟁 모두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승전보로 귀결되기를 기대합니다.

얼마전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통일조국에 대한 밝은 전망으로 한반도 정세가 격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잘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명실상부 진짜 동북아물류의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이미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물류의 지형변화와 화물)육송 및 철송, 해송) 운송의 양적 증대가 비약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시기에 백만운수노동자의 구심체로의 위상을 마련하기 위한 완성된 산별노조의 목표와 과제를 짊어지고 김종인 위원장 동지를 중심으로 운수노조 2기 지도부가 힘찬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붉은 천 머리띠를 똑같인 묶고 투쟁가를 열창하며 결의를 함께 다지고 싶지만 지금 인순간은 서신으로 대신 할 수밖에 없음을 동지들께서 양해하여 주십시오. 승리를 향한 힘있는 발걸음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일교차가 크다고 합니다. 동지들의 건강과 안전운행 그리고 투쟁의 승리를 언제나 기원하고 있습니다. 멀리 순천교도소에서 옥중투쟁하시는 전남지부 성기석 동지께도 격려의 인사를 보내드립니다.

동지와 조직의 건승을 갈망합니다.

2007년 10우러 13일 대구구치소 한평 독거에서
운수노조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지부장 이오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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